리뷰

마블 데어데블 본 어게인 리뷰

OTT 보는 남자 2025. 3. 6. 09:59

디즈니 플러스 마블 오리지널 미드 미국 드라마 추천 데어데블 본 어게인 리뷰 후기 

난 넷플릭스에서 만들어진 데어데블 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마블 콘텐츠를 다 챙겨볼 만큼 시간이 한가한 사람도 아니다. 이제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를 섣불리 런칭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넷플릭스가 워낙 잘 나가고 있었고 코로나까지 터진 터라 디즈니도 선택의 여지가 없기는 했다. 하지만 최근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공급할 생각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런 걸 보면 디즈니 본사 입장에서도 디즈니 플러스는 버리는 카드라는 게 확실하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 월드 와이드 구독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 드는 추세인데 이런 식이면 앞으로 넷플릭스는 커녕 디즈니 플러스라는 서비스가 살아 남을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왜 때문인지 디즈니 플러스에서 만든 마블 오리지널 드라마들의 재미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작품성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조금 갈리고 있긴 하지만 나는 거의 다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재미 만큼은 확실히 없다.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완다 비전이나 로키 역시 나는 너무 지루해서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데어데블 본 어게인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나는 마블 드라마는 나와 안 맞는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마블 영화들은 그래도 볼 만한 편인데 유독 마블에서 만든 오리지널 꼬리표를 들고 나온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재미가 없다. 이 세계관에 몰입해야 한다는 걸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솔직히 그게 조금 힘들다. 갑자기 새로운 세계관에 들어가서 모든 이야기와 캐릭터를 받아 들이는 게 현실적으로 조금 버겁다고나 할까. 애초에 마블 작품이나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높다. 

 

데어데블 역시 갑자기 고담 시티 같은 뉴욕의 데어데블 변호사 이야기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어디에서 흥미를 느껴야 할지 감이 잘 안 온다. 캐릭터 자체가 아주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빌런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야기가 아주 새롭고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뉴욕 시장이 되는 빌런은 누가 봐도 트럼프를 연상시킨다. 나는 트럼프같은 정치인을 희화화하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이마저 미국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나 영화의 특징이라면 왜 트럼프가 미국 서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저 사람들이 멍청해서 트럼프같은 사람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보여주는데 정답은 그게 아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멍청하지만 그렇게까지 멍청하지는 않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극우 정치인을 지지하는 건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는 거다. 그걸 잘 모르고 트럼프 지지하는 멍청이들이라는 프레임은 이제 더 이상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다.

 

미국만 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 소수가 아닌 시대이지 않나. 그들 눈에 보면 데어데블처럼 선한 척 하는 비질란테가 제일 위선적이다. 그들은 정의와 이념을 위해 싸우지만 냉정히 보면 그런 공정성은 서민들의 배를 채우지 못 한다. 당장 직장이 없어 힘들고 먹을 게 없어 한 두끼를 굶을 정도인 사람에게 정의와 공정이 과연 중요할까. 막말로 그들에게는 트랜스 젠더가 올림픽에 참여하는 게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치적 올바름은 그래서 서민들에게 공허한 울림과 다름 없다. 

 

나는 그래서 최근 디즈니의 PC가 너무 한심하다. 정치적 올바름은 물론 원론적으로는 중요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었을 때에 이야기 아닌가. 이제 와서 정의가 어쩌구 저쩌구 공정 어쩌구 저쩌구가 사람들에게 먹힐 리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데어데블에서 뉴욕 시장까지 당선되는 피크스의 모습이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상당히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데에도 동의하지만 정작 드라마 자체가 큰 재미가 없어서 계속 보고 있기가 힘들다. 

 

이런 걸 보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거기에 시청자들을 감정적으로 이입시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다시금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