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수사관 모구라 리뷰
넷플릭스 아메바 일드 일본 드라마 추천 마약수사관 모구라 리뷰 후기
최근 우리 나라처럼 넷플릭스에서도 실시간 방영 중인 일본 드라마들이 생각보다 자주 올라오고 있다.
기대작들은 사실 아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하게 되는데 마약수사관 모구라도 그 중 하나다. 아메바 TV에서 제작된 드라마로 아사히 산하 OTT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업체다. 아무래도 전파를 타는 드라마는 아니기 때문에 흡연 장면이나 생각보다 어두운 내용을 다루는 드라마가 은근히 많다. 마약수사관 오구라 역시 제목처럼 마약 관련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약이 그렇게 일상적인 나라들은 아니었는데 최근 몇 년간 마약이 각계 각층을 파고 들면서 일상화 되었다.
내 주변만 해도 마약을 구경도 못 해본 사람 밖에 없는데 나보다 조금 어린 사람들은 주변에서 마약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 거 듣고 잠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도 마약을 하는 인물들이 조폭이나 어둠의 세계의 인물들만이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로 범위가 넓어지기도 했다. 한국은 최근 10대들이 마약 유통에 연관된 드라마들이 한 때 많이 나오기도 했는데 인기를 모은 작품이 별로 없어서 이후에는 관련 드라마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마약이라는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싫은 건 아닌데 유럽이나 미국 드라마도 아니고 아시아 드라마까지 이러다 보니 그 심각성에 다시 한 번 소름이 돋는다.
물론 마약수사관 모구라는 대마초를 키우는 래퍼 집단에 위장 잠입하는 경찰관의 이야기다. 소재만 보면 설마 이게 실화일까 싶은데 어느 정도 심하게 각색이 들어 갔겠지만 실화 바탕이라고 한다. 경찰관이 그것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경찰이 래퍼 집단에 들어가서 대마초 농장을 알아 내기 위해서 잠입 수사를 한다는 설정이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인데 이걸 드라마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다.
제일 중요한 건 아무래도 대마초보다는 중년 남자 경찰의 랩 실력이 아니겠나.
랩이라는 게 대충 배운다고 될 일도 아니고 어느 정도 전문성이 들어가야 하는 영역이고 리듬감이 없는 사람들이 랩하면 듣기가 고통스러울 정도인데 래퍼 집단에 들어간 이자라는 경찰관이 결국 1화 마지막에서 랩을 보여주긴 한다. 사실 이 장면 보려고 버틴 건데 예상하듯이 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자의 랩 실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걸 또 이야기는 이어 가야 하니 래퍼 집단 9문 리더에게 극찬을 받고 너무나 쉽게 래퍼 집단에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저 허접한 랩이 극찬을 받은 것도 웃기고 그게 온라인으로 바이럴 된것도 어이없는데 이를 통해 래퍼 집단에 들어간 게 가장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어느 정도 드라마여서 용인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보는 시청자들이 상식적으로 납득을 하게끔 만들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게다가 드라마 중간에 부연 설명이랍시고 누가 봐도 쉰은 넘은 거 같은 남자가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 나와 랩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이나 배경을 설명해 주는 것도 황당할 정도였다.
차라리 주인공을 조금 더 젊은 사람으로 선택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가 봐도 마흔은 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랩을 하는 건 아무리 드라마 설정에 관대한 나라도 용납하기가 힘들었다. 형사 잠입수사 소재인데도 긴장감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는데 연출의 문제인지 각본이 구린 건지 헷갈리긴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재미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위장 수사까지 하면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나 들어가서의 에피소드까지 재미가 없기가 힘든데 소재에서 오는 이 긴장감을 드라마는 전혀 살리지 못 하고 있다.
일단 랩 실력이 너무 말도 안 될 정도로 형편없어서 차라리 저럴 거면 더빙을 써서 대역을 썼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대마초까지 몰래 재배하는 래퍼 집단이 아무나 다 받아 들인다는 것도 어이가 없고 보안이 철저해야 하는데 래퍼들은 누가 묻지도 않은 안물안궁 정보를 이제 갓 들어온 신입으로 위장한 경찰한테 줄줄이 털어 놓는다. 중간 중간 할아버지 래퍼가 나와서 부연 설명을 해주는 것도 짜치고 그야말로 한심하고 멍청한 드라마라는 생각 뿐이다.
최근 영국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 제작에는 무조건 큰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옅어지고 있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오로지 좋은 각본과 뛰어난 연출 만으로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일본은 저예산 드라마들이 많긴 하지만 하나같이 각본마저 구린 경우가 많아서 좋은 드라마를 정말 찾기가 어렵다. 가끔 그래도 자본력이 되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일본 드라마는 봐줄 만한데 가끔 올라오는 일본 드라마들은 수준이 너무나 낮아서 과거 아시아를 평정한 일본 드라마의 위상이 그리울 따름이다.
드라마 마약수사관 모구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전혀 살리지 못 하는 그야말로 아쉬운 작품이다.
소재만 자극적으로 간다고 드라마가 재미있어지는 건 아니다. 결국 재미있는 드라마는 각본이 탄탄해야 하고 그에 걸맞은 연출과 연기 그리고 디테일이 따라와야 한다. 제작비가 없다고 징징 거리지 말고 제한된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 일본 드라마보면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