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리뷰 걸작

OTT 보는 남자 2025. 3. 15. 15:5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드 영국 드라마 추천 소년의 시간 리뷰 후기 결말 

호들갑일수도 있으나 나는 올해의 드라마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톡식 타운도 만든 잭 쏜과 배우 스티븐 그레이엄이 주연과 각본을 맡은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드라마다. 이미 서구권에서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는 중인데 그럴 만하다. 나도 극찬 이후로 기대를 잔뜩 하며 보았는데 내 기대를 뛰어 넘었다. 올해를 대표하는 드라마로 내게는 소년의 시간이 남을 듯하다. 내가 원래 드라마는 한 번 보면 재탕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소년의 시간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로 좋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흡입력이 상당하고 작품성까지 좋은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최근 몇 년간 나온 드라마 중에서는 완성도 면에서 최고다.

 

HBO 드라마 체르노빌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낀 충격을 받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 4부작의 드라마로 편당 55분 정도의 분량을 가지고 있는데 분량만 보자면 영화 한 편인데 매회를 원테이크로 찍어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면서도 재미를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상당히 무리수라고 볼 수 있는 시도인데 이 의도가 정확히 맞아 들어간다. 나 역시 보면서 소년 제이미의 사건에 누구보다 몰입하게 되었고 카메라가 관찰하는 인물에 그대로 동화되어 이야기 속으로 몰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1화는 갑자기 소년범으로 체포가 된 제이미의 어지러운 상황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이미 경찰이 저 정도로 집에 무자비하게 들어온 거 부터가 제이미는 단순히 경찰로부터 범행을 의심받는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영국 경찰이 바보도 아니고 범행이 단순히 의심이 된다고 해서 저렇게까지 집안을 함부로 침입하는 경우는 없다. 거의 대 테러 작전을 방불케하는 드라마의 시작은 그래서 인상깊다. 그리고 이미 드라마에서는 1화에 제이미가 피해자를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이 CCTV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2화는 범행을 자백하지 않는 제이미 덕분에 학교까지 찾아간 형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2화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이해하지 못 하고 그들의 생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 하고 헛다리를 짚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이 우리를 절대 이해하지 못 한다고 생각했다. 어른들과 아이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하며 그 결계는 마치 마법의 문 같아서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이런 살인 사건처럼 잠시 균열이 일어나야지만 조금 열릴 뿐이며 그 사이를 아주 잠깐 들여다 볼 수 있을 뿐이다. 

 

3화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제이미 역할을 맡은 배우 오웬 쿠퍼의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왜 유럽을 비롯한 우리 나라의 젊은 남자들이 점점 더 고립되면서 자기 만의 세상에 몰입되어 현실을 보지 못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대상으로 자라날 수 있는지까지 완벽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제이미의 난폭한 행동이나 언어를 보고 이들에게만 책임을 묻기보다 너무나 쉽게 아이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소셜미디어와 기형적인 또래 문화에 그 책임을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상담 전문가처럼 제이미에게 겁을 먹었다. 

 

보통 겁을 먹은 개는 더 사납게 짖는다. 제이미 역시 겁을 먹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을 겁먹게 해서 원하는 걸 얻는 길일 뿐이다. 사회적인 올바른 상호작용을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도 배워본 적이 없는 제이미의 존재는 그래서 공포 그 자체다. 사실 나는 1화를 보고 나서 그래도 제이미가 죽인 건 아니겠지 싶었는데 3화를 보고 나서 무조건 제이미가 범인이라는 걸 확신했다. 그만큼 내게도 제이미라는 존재 자체는 너무나 무서웠다. 어안이 벙벙해지는 회차인데 너무 연출이 기가 막혀서 감탄하면서 보게 되는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4화에서는 당연히 재판 장면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4화는 가해자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재판이 이루어지기 전 아버지의 생일, 겉으로는 행복한 척을 하지만 살인 용의자인 아들의 소문은 당연하게도 작은 동네에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아버지의 작업 차량에 강간범이라고 쓰인 낙서를 본 순간 아버지는 이성을 잃는다. 도대체 나머진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머니는 이사를 가자고 하지만 딸은 이사를 가도 어차피 워낙에 세간에 화제를 불러 모은 사건이기에 결국 소문이 가족에게 돌아올 거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들의 소문과 루머를 모두가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삶의 터전을 옮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트를 가도, 그리고 주변 이웃들의 눈도 따갑지만 이들은 살아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제이미에게 전화가 와서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할 거라고 고백한다. 제이미는 모든 증거가 다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안 했다고 믿으면 세상이 뒤짚어질 거라고 착각하는 요즘 남자 아이들을 보는 거 같다. 연기를 너무 잘 해서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 이 나이대 남자들이 이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서 이해가 가기도 한다. 

 

누구의 책임일까?

 

제이미의 부모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사는 게 바빠서 제대로 챙기지 못한 자신들의 책임인가. 아니면 유해한 정보를 과도하게 노출하고 사이버 불링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가 원인인가. 그도 아니면 게임만 하는 아이가 게임 덕분에 이렇게 된 건가. 질문은 많으나 그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내리기 어렵다.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가족 간의 대화가 너무 없다고 생각한 아버지가 집안의 TV를 없애 버렸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기에 다들 심심하니 거실로 나와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가족 간의 대화가 늘어나고 웃음꽃이 피었다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1시간이나 30분이라도 가족간의 대화를 하는 방법으로 자녀와 어느 정도 소통을 해야 한다. 나도 생각해 보면 멘탈을 관리하는 데에 어머니와의 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할 지 고민이 될 때 나는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나쁜 생각과 위험한 행동을 하기 전에도 나는 어머니와 대화를 통해서 이 모든 고난을 이겨 나갔다. 결국 대화가 모든 일의 해결을 도와준다. 2화에서 나오듯이 결국 아들이 사건을 통해 마음을 열면서 경찰 아버지와 친해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간단한 일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리고 귀찮다는 이유로 잘 하지 않는다. 

 

어쩌면 수능 만점자들이 교과서만 봤다고 하는 이야기가 가끔 진실일 수도 있다. 가끔은 스마트폰을 버리고 가족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걸 강제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제이미처럼 가족과의 대화가 없으면 모든 개념과 가치관을 소셜미디어로 배우게 되며 또래 집단의 왜곡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제이미의 부모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힘들지만 내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나 역시 사춘기 시절 어머니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별 미친 짓을 했지만 결국 내 입을 열고 어머니와 대화를 많이 하게 만든 어머니가 있었다. 

 

나 역시 사춘기 시절에는 어머니와 일절 이야기가 하기 싫었고 그저 죽고만 싶었던 적이 있었다. 

 

전문 상담가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고 감정을 표출한 건 아마 제이미에게는 사춘기가 오고 나서는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전문가가 아니라 부모와 미리 했으면 저 정도로 분노가 쌓이지도 않았을 테고 어이없게 피해자를 죽이는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자식은 돈으로만 키우는 게 아니다. 우리 집안은 그 누구보다 가난했지만 나는 가난 때문에 부모를 원망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내 이야기를 한 번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한 적은 있어도 돈을 못 벌어 온다고 한심해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자녀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시라. 그 벽을 뚫고 들어가서 결국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건 부모의 몫이다. 자신들 마음대로 낳았으면 그 정도 귀찮음은 극복을 하시기 바란다.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결국 우리 모두의 시간을 되돌아 보게 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 보면 느끼는 바가 많을 텐데 그만큼 잘 만든 드라마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작이라고 평할 만하다.

 

나는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좋았고 최근 10년간 본 드라마 중 가장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