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라마 하이퍼나이프 리뷰

OTT 보는 남자 2025. 3. 20. 17:12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추천 하이퍼나이프 리뷰 후기 

이야기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부모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건 자신이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보호자인 부모에게 알리고 싶은 목적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는 그 이야기를 듣기 원한다. 또한 부부가 퇴근 후에 같이 나누는 대화 역시 일련의 목적이 있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별일은 없는지 알아보려는 데에 목적이 있다. 대놓고 이게 목적이다라고는 하지 않으나 모든 스토리에는 어느 정도 의도와 목적이 존재하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재미를 찾는 데에 의의가 있다.

 

드라마라고 다를 건 없다. 

 

아니 오히려 드라마는 이런 목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에 대한 설득을 적어도 시청자에게는 해야만 한다. 그래서 그런지 디즈니 플러스 한국 드라마 하이퍼나이프는 목적을 잃어 버린 드라마처럼 보인다. 2화까지 밖에 공개가 되지 않아서 전체적인 판단은 어렵지만 초반만 보면 작가나 제작진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감이 좀 안 온다. 단순히 천재이자 살인마인 의사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천재 의사들끼리의 대결을 다루고 싶은 건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박은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싶은 건지 천재인 스승과 제자의 대결 구도로 이야기를 끌고 싶어가는 건지 헷갈린다. 그러다 보니 적당히 볼 만한 드라마 이상을 넘기지 못 하고 그 한계 안에서 버둥거리는 느낌이다. 중심 이야기가 뭔지 잘 납득이 안 된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설정이긴 한데 이게 이야기 안에서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 설경구와 박은빈 이라는 두 연기 잘 하는 배우를 데리고 왔으나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그에 따라 재미도 갈수록 떨어진다. 

 

오히려 초반은 상당히 좋았다. 

 

박은빈이 맡은 세옥이라는 인물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불법 수술을 하고 자신을 협박하던 간호사를 죽이는 거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에서 갑자기 장르가 좀 바뀌는 느낌이다. 갑자기 설경구가 맡은 덕희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다. 오히려 처음처럼 다크한 설정으로 갔다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갑자기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갈등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좀 애매해진다. 한 마디로 심심해진다.

 

그래서 도대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헷갈린다. 

 

또한 박은빈은 사실 세옥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박은빈의 연기력은 두 말 하면 잔소리지만 그래도 배우와 어울리는 배역이 있고 아닌 게 있다. 세옥이라는 캐릭터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박은빈이 이렇게까지 어색해 보일 수가 없다. 천재 의사 역할은 괜찮은 펀인데 반해 갑작스러운 사이코패스 살인마 역할은 봐도 봐도 어색할 뿐이다. 설경구는 그나마 역할과 어울려서 괜찮은데 박은빈의 이번 선택은 어찌 보면 처절한 실패처럼 보일 정도다. 새로운 변신을 하려는 건 좋은데 캐릭터와 박은빈의 합이 생각보다 별로다. 

 

이야기는 갑자기 이리 저리 튀고 매력 발산을 해야 할 주인공은 시종일관 어색하다 보니 집중을 하기가 조금 힘들다. 

 

디즈니 플러스는 이런 애매하게 볼만한 드라마보다 지금 적절한 한 방이 필요한 떄가 아닐까. 흐린 눈으로 보자면 크게 나쁜 드라마는 아닌데 아주 기깔나게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살인마 의사인데 박은빈이 사이코패스여서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라면 문제다. 사이코패스라는 캐릭터는 장단점이 확실하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사이코패스의 정의를 알아서 그들의 돌발 행동을 일부러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의 행동에 대한 동기나 의미를 이제는 아무도 궁금하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재미가 없는 건 확실히 아닌데 그렇다고 또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참 애매한 드라마를 내놓는 디즈니 플러스가 이번에도 안타깝다. 다음 달에 공개할 드라마 넉오프 역시 김수현 덕분에 공개 자체가 불투명한 거 같은데 이 정도면 마가 낀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