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위험한 질주 리뷰

OTT 보는 남자 2025. 3. 22. 09:45

넷플릭스 오리지널 남아공 드라마 추천 위험한 질주 리뷰 후기 결말 정보 

남아프리카 공화국 드라마인 터라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시작했다가 결말이 궁금해서 결국 끝까지 다 보게 된 위험한 질주. 

 

영어 원제는 GO! 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영어 제목이나 한글 제목이나 둘 다 괜찮아서 만족스럽다. 넷플릭스가 원래 제목을 못 짓기로 유명한데 최근에는 어느 정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나 할까. 이 드라마의 구조는 그 동안 보아온 범죄 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나 그 주인공이 유망한 육상 선수이자 매력적인 소년이라는 점과 배경이 남아공이라는 게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도 있겠다. 일단 남아공 드라마를 평소에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드라마 곳곳에 묻어 나오는 남아공 문화나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 알 수 있었기에 더 흥미로웠는데 나도 남아공을 몇 번 가 본 터라 공감이 가기도 했다. 

 

사실 승무원 시절 나는 남아공 비행을 매년 갔던 기억이 난다. 

 

치안이 워낙에 안 좋은 나라인 터라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에서도 나는 호텔과 연결된 쇼핑몰을 제외하면 밖으로 나가 본 적이 거의 없다. 실제로 치안이 좋다고 하는 쇼핑몰 상점이나 화장실 안에서도 강도 같은 범죄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나는 쇼핑몰 안 화장실도 잘 안 가고 호텔에서만 볼일을 해결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내가 머무는 호텔은 아니지만 다른 항공사 승무원들이 호텔 로비에서 강도를 당해 승무원 한 명이 총상을 당했다고 로컬 뉴스에서 본 기억도 있어서 남아공 하면 치안이 굉장히 안 좋은 나라라는 인식 밖에 없다. 그런 남아공에서 살아가는 십대 소년 소녀들은 어떠할까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사실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특출난 드라마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편당 20분 내외로 짧은 데다가 6부작으로 마무리되어 결말이 궁금했던 나는 딴 짓을 조금 하긴 했으나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소년 볼트의 간절함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감정 이입을 하기도 했는데 나도 저런 경우가 있었던 터라 이해가 가기는 했다. 물론 교통 사고를 내고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경험이 있다는 게 아니라 내가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못 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만든 전적이 나에게도 있다. 물론 별 거 아닌 일이긴 했으나 내가 혼나기 싫어서 그런 일을 했다는 죄책감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나 할까. 

 

게다가 주인공 볼트는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친구에게 모든 죄를 덮어 씌운다. 하지만 친구는 살아 있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절친은 음주가무로 인해 사고 당시를 전혀 기억하지 못 한다. 당시 술을 거나하게 마신 친구의 차를 대신 운전해서 집에 가던 중 볼트는 부잣집 아들을 실수로 치게 되는데 사실 뭐 이 늦은 시간에 술을 마시고 밤 늦게 돌아다닌 모두에게 책임이 있긴 하지만 결국 볼트가 사건을 일으킨 범인인 터라 그가 죗값을 받고 감옥에 가는 게 가장 옳은 결정이긴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남아공의 현실이 나온다.

 

볼트는 그야말로 남아공 내에서도 최하층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볼트는 특출난 달리기 능력이 있었고 백인들이나 상류층들만이 다니는 세인트 주드 학교에서 볼트를 영입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입학 전날 교통 사고가 나게 되고 볼트의 형은 볼트의 미래를 위해 친구에게 죄를 덮어 씌우라고 권유한다. 그렇게 모든 게 다 잘 마무리가 되는 거 같지만 자신의 여자 친구가 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사건은 묘하게 흘러간다. 

 

결국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볼트의 범죄를 모두가 알게 되면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지는 시청자들이 상상하기 나름인데 내가 보기에 볼트는 결국 감옥으로 가는 엔딩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드라마는 재능만 있으면 그리고 능력만 있다면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은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우리 나라도 판사들이 판결하는 걸 보면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중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과연 성범죄를 저지르는 의사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는 진심으로 의문이긴 하다. 오히려 환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만 선사하는 거 아닐까. 

 

나는 드라마 위험한 질주를 보면서 볼트에게 감정 이입을 하기도 했으나 내가 저 상황이어도 깔끔하게 경찰에 신고하고 처벌을 받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거짓말은 거짓말을 부르고 볼트처럼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영원히 덮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볼트의 사고는 친구들로 인해 발생한 거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볼트가 시궁창 같은 동네의 모든 친구들과 연을 끊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내일 학교에 입학하는 친구를 새벽 시간에 불러내는 게 과연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애초에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회에서 신분 제도가 다시 생겨나고 계급화가 진행이 되는 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들이 만든 규칙과 시스템 안에서 살아 남으려면 그 경계선 안에서 행동해야 하는데 볼트는 너무 애매한 위치에 있었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도 못 했다. 볼트가 사립 학교에서 다른 급우들로부터 차별을 받다가 우승을 하고 나서 대우를 받는 모습도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항상 그래왔지만 하층민들은 상류층들을 뛰어 넘는 재능이 아니면 그들로부터 주목을 받기가 어렵다. 뭐 하나라도 그들보다 대단한 게 있어야 시궁창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볼트의 현실을 보면 완전히 신분을 세탁하고 상류 사회에 진입하는 게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다. 볼트는 누구보다 대단한 능력이 있었으나 과거와 완벽하게 단절을 할 수 없었고 그 과거가 결국 볼트의 발목을 잡는다. 사실 엄밀히 보좌면 볼트가 만약에 자수했다면 사고의 경위를 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었을 테고 감옥에는 결국 갔을 테지만 지금과 같은 복잡한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 아니면 아예 친구도 같이 확실하게 죽여 버렸다면 괜찮았을 텐데 결국 애매하게 착한 사람들은 좋은 결말을 맞이하기 힘들다. 

 

볼트처럼 자신의 친구와 과거를 모두 버리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한들 상류 사회에 완전히 편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립 학교의 거의 모두가 볼트를 무시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왜 볼트가 자신의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건지 조금 이해하기 힘들긴 하다. 드라마만 보자면 남아공의 공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걸 알 수 있는데 이게 고착화되다 보니 너무 당연시 되는 게 문제 아닐까. 

 

넓게 보면 이건 볼트의 개인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남아공 전체의 문제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과연 이런 나라에 미래는 있는 걸까를 진지하게 질문해 보게 된다. 그래서 이 문제가 볼트 개인의 문제로 다가온다기 보다는 전체의 문제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결국 볼트는 남아공의 심각한 불평등과 빈부격차의 희생양이 아닐까. 십대 소년 소녀들이 새벽 시간대에 무방비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사회 시스템 자체가 남아공이 가진 시스템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그 누구도 보호받기 힘들다.

크게 보면 사회적인 문제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개인적인 문제인데 나는 보면서 계속 이걸 과연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 마음이 안 좋기는 했다. 드라마가 조금 뻔하긴 한데 그래도 아는 맛이 맛있다고 생각보다는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