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악연 리뷰 결말

OTT 보는 남자 2025. 4. 5. 10:58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추천 악연 리뷰 후기 결말 정보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윤종빈 감독이 참여한 드라마 악연. 

 

넷플릭스에서 시사회도 하고 꽤 크게 홍보를 하길래 뭐지 싶었는데 윤종빈 감독이 참여한 작품이었다. 넷플릭스 코리아에서도 어느 정도 기대를 한다는 말이고 이전 작품 수리남이 인기를 모았던 터라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감도 상당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배우 라인업 때문에 궁금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나 재미있었다. 상업적인 드라마로 보자면 극찬을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이야기도 원작이 있어서 그런 건지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특히 이희준과 박해수는 두드러질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좋은 편이라 연기만 봐도 괜찮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야기는 원작이 있기에 굉장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윤종빈 감독의 연출이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버거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감독의 개성이 크게 보이지는 않는 느낌이랄까. 나 역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버거울 정도였는데 이야기가 워낙에 얽히고 설킨 측면이 있기에 어쩔 수 없는 거 같기도 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온갖 악한 인연으로 묶인 사람들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인데 누구 한 명이 이끌어 가는 드라마라기 보다는 여러 인물들이 나와서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이 터지는 탄력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어느 한 사건이 있고 그 사건에 엮인 인물들이 드러나고 의외의 진실과 반전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한대로 질주한다. 이야기의 속도감도 좋고 반전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터라 말 그대로 정주행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좋은 드라마는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다음 화가 궁금한 이야기다. 

 

아무리 뭐가 좋고 연기가 대단하고 연출의 디테일이 어쩌고 해도 가장 중요한 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느냐는 부분인데 드라마 악연은 다음 화가 궁금해서 멈추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어느 정도 결말이 눈에 보이는 지점에 가서도 끝이 궁금해서 절대 끝맺음을 할 수 없었는데 나는 중반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다 보이긴 해서 김이 빠질 만도 한데 연출도 쫀쫀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찰떡이어서 결말까지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고 그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사건들이 흥미롭긴 한데 워낙 여러 인물이 나오기에 하나의 인물을 깊게 다룬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마 그런 면에서 작품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평론가들도 있겠지만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보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이야기다. 하나의 이야기와 인연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배우들보다는 이런 우화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아무리 대충 막 살고 악의 마음을 품고 살아도 그 마음과 인연이 다 연결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박해수가 이희준이 저지른 죄를 바탕으로 나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지만 박해수 본인도 이희준과 다른 인물들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해한 걸 보면 인과응보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싶다. 마치 불교의 윤회 사상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박해수가 죽을 때에도 안타깝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김남길의 말처럼 박해수도 아주 악한 놈들 중 하나가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위해 배우들이 희생한 이 드라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결국 나쁜 일을 저지르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죄를 받는다는 작가의 의도도 마음에 들었다. 결국 주인공 중 살아남는 건 과거 쓰라린 경험이 있는 이주연 뿐인데 생존자는 끔찍한 경험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 나가지만 악한 놈들은 죄의식도 없이 죽기 직전까지 악한 일만 저지르기에 차라리 죽어서 잘 되었다 싶기도 하다. 

 

물론 악한 사람들이 다 죽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세상을 살다 보니 악마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감옥은 잠깐 들어갔다 오는 쉼터같은 곳이고 나오면 다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같은 범죄로 두 번이나 세 번 이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감옥에서 평생 격리를 했으면 한다. 같은 이유로 음주 운전도 3번 이상 걸리면 평생 면허를 못 따게 법을 개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작가의 응징 방식이 조금 과격하긴 하지만 죄지은 사람이 죽음으로 죗값을 받는 게 뭐 그리 나쁜 일인가 싶다.

 

과거 소아성애자를 고발하고 신상을 공개하는 서구권의 일반인이 소아성애자가 자살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은 안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소아성애자가 자살이라도 해서 일찍 죽으면 그래도 그 이후에 피해자는 안 나오기에 자기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도덕적으로 보자면 좋은 답변은 아니지만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간다고나 할까.

 

나도 악연을 보면서 너무 많이 죽이는 거 아니야.

 

라고 싶었다가 그 분의 말이 떠올라서 잠시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래 악한 사람들이 죽으면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는 생기지 않겠지. 물론 악과 악은 연결되어 있지만 드라마 악연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젊은 경찰처럼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기에 정말이지 악한 사람들은 차라리 세상에서 하직하는 게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단순하고 명쾌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다 싶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다. 기회가 되시면 꼭 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