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톡식 타운 리뷰 결말

OTT 보는 남자 2025. 2. 28. 09:37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국 실화 기반 드라마 추천 톡식 타운 TOXIC TOWN 후기 리뷰 결말 정보 

4부작의 짧은 실화 기반 영국 드라마 톡식 타운은 여러 모로 우리 나라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국의 마을 코비는 1980년대 말 철강업이 쇠퇴하면서 지역 의회가 그 자리에 이런 저런 사업을 시도하고 싶어 환경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고 무분별하게 개발하면서 직접적으로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는 특정한 기간 내에 코비에서 장애 아동이 많이 태어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냉정히 말하면 장애 아동은 직접적인 피해를 받긴 하였으나 임산부를 제외하고도 꽤나 많은 사람들의 호흡기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보는데 산업 폐기물을 옮기는 트럭을 제대로 청소 하지 않은 건 물론 마을을 돌아다니는 트럭에 덮개도 제대로 씌우지 않아서 마을 주민들은 알게 모르게 매일같이 유독한 먼지를 흡입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프기 전까지는 자신이 왜 아픈지 전혀 알 수 없었고 특히 엄마들은 사랑하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이 낳은 아이들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어 버리거나 그도 아니라면 손이나 발이 기형인 형태로 태어났다. 영국 역시 장애 아동으로 태어나면 다들 쉬쉬하기 마련이라 그 누구도 이런 일을 당당하게 드러내지 않고 지냈는데 영국의 유명 신문사의 기자가 코비 지역의 환경 오염으로 인한 장애 아동 관련 기사를 게시하자 비슷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엄마들이 결국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호흡기 질환으로 기형아가 태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시대였고 미세 먼지가 해롭다고는 생각해도 이로 인해 신체적인 피해를 그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던 시기여서 재판으로 가면 이길 확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특히 지역 의회는 그 동안 부정부패가 만연하여 온갖 규정을 지키지 않고 지방 토착 기업과 유착해서 자기들끼리 다 해 먹는 구조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사실 뭐 이건 우리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드라마 안에서처럼 누군가 안전 규정을 지적하면 그 사람은 버티지 못 하고 나와야 한다. 

 

슬프지만 이게 세상 돌아가는 현실이긴 해서 더 씁쓸하기도 했다. 

 

드라마 톡식 타운처럼 이런 일이 영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보면 더 한숨이 나온다. 아마 우리 나라는 모르긴 몰라도 이보다 더하지 않을까. 안전 규정을 과연 지적하는 사람이 있기나 할지 의문이다. 코비의 엄마들은 미리 지방 의회의 부정 부패 문서를 유출한 사람이 재판에서 증언을 해서 결국 승리할 수 있었지만 우리 나라는 저런 사람을 죽이는 사례도 있기는 해서 법정에 나오기 전에 아마 소리소문없이 행방불명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나마 영국같은 나라이기에 이런 해피 엔딩이 가능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일이 과연 한국에서는 없을까.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중국은 아마 이런 일을 누군가 문제만 삼아도 바로 다음 날 목숨이 날아갈 거라고 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나마 영국은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정정당당하게 제기하면 법원에서는 그래도 증거에 의존하여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나라이긴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평생동안 받아야 할 고통이 상쇄가 되는 건 전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일정 부분 선진국이기에 가능하다는 말이 나는 하고 싶은 거다. 

 

나도 예전에 한 번 있던 건물을 다 철거하고 공사를 시작하는 구간을 몇 번 지나다닌 적이 있다. 겉으로 보면 먼지가 없어 보이고 물도 뿌려 놔서 괜찮아 보이는데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말도 못할 미세 먼지와 역한 냄새가 나는 걸 겪으면서 이 근처에 사시는 분들의 호흡기는 괜찮은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귀찮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당연히 지켜야 할 안전 규정과 법을 지키지 않는 업체들이 영국 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관리 감독하라고 우리가 세금으로 월급을 주면서 유지하고 있는 건데 제대로 일을 하는 정치인이 거의 없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어느 나라나 정치인과 토착 기업의 유착은 있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를 항상 감시하고 관리 감독할 기구가 절실해 보인다. 이런 거 보면 과거 조선 시대의 암행 어사 제도가 의도 자체는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방에 그 마을의 지도자를 갈아 엎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드라마 톡식 타운은 훌륭한 영국 배우들의 열연으로 이 드라마틱한 실화를 영상으로 기깔나게 옮기는 데에 성공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괴장히 좋아서 드라마 보는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에서 올라오는 영국 드라마는 믿고 봐도 될 정도인데 특유의 건조하고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영국 드라마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답도 없다. 톡식 타운 역시 결말이 성공적이기에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걸 알고 보면서도 장애를 가진 어머니들이 재판에서 질까 봐 조마조마하게 시청하게 되었는데 기본적으로 연출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여성들의 연대를 보고 있으면 세상을 망치는 건 남자들이지만 그나마 여자들이 있어서 제대로 돌아가는 거 같기도 하다. 전쟁이나 온갖 인류 대참사를 보면 그 중심에는 항상 남자가 있다. 톡식 타운에서도 남자들은 애써 문제를 외면하거나 숨기 마련인데 어머니들은 그 누구보다 강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한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톡식 타운은 실화라는 점도 매력적인데 드라마 자체도 너무 재미있다. 

 

문제라면 지나치게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보면서 한숨이 계속 나오긴 한다. 그래도 이런 걸 법적으로 나름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영국의 시스템이 부럽다. 이런 걸 보고 선진국이라고 하는 거 아닐까. 우리 나라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 처리 과정만 봐도 나라 자체가 얼마나 국민의 안전에 관심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 비참할 정도다. 우리 나라도 이런 식으로 공정하고 법대로 승리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데 기본적으로 나라의 지도라자라는 사람이 법을 제일 무시하고 있어서 쓴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드라마 자체도 재미있고 누구나 공감하고 볼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