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이스탄불에서 우리는 리뷰

OTT 보는 남자 2025. 4. 17. 17:46

넷플릭스 오리지널 튀르키예 드라마 추천 이스탄불에서 우리는 리뷰 후기 정보 

전혀 기대를 안 해서 그런가. 

 

생각보다는 흥미로웠다. 하지만 어느 정도 문화의 장벽이 존재하는 터라 드라마 안에서 나오는 대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이 많았다. 이게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문화의 차이인지 내가 튀르키예어를 몰라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종종 대사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아마 문화의 차이와 번역의 문제 둘 다가 아닐까 짐작만 해 볼 뿐이다. 이를 제외하면 드라마 자체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는 생각보다 대단히 높은 편이다. 

 

특히 촬영이 좋다.

 

화면 자체가 영화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건 아마도 촬영 떄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스탄불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으나 이스탄불의 공기까지 제대로 담아낸 느낌이다. 사실 여행으로 한 번 정도는 갈 만한 나라이고 갈 기회가 무수히 많았으나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고려를 해 본 적조차 없다. 그러나 요즘 지구마불에서도 이스탄불이 나오고 이 드라마까지 보고 나니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를 죽기 전에 한 번은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드라마는 이스탄불에 사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제 막 이스탄불에 올라와 대학에 다니기 시작한 소녀와 지긋지긋한 이스탄불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떠나려고 하는 중년의 여성이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엄마의 친구이지만 거의 절연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인데 소녀는 철이 없는 건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건지 의사인 엄마 친구에게 연락해 같이 사는 걸 허락받는다. 단, 엄마에게 같이 산다고 연락을 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튀르키예도 사실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로 말하지 않아도 소녀의 엄마가 어떠한 사고 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건지 짐작할 수 있다. 

 

자유로운 영혼의 친구와는 같이 지내기 힘들었고 그로 인해 연락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거 아니었을까. 소녀는 그렇게 관습에 종속되어 사는 엄마가 답답해서 멀리하고 싶고 일부러 가족과 멀리 떨어진 이스탄불이라는 큰 도시까지 나왔으나 경제적인 지원도 넉넉하지 않기에 따로 살 곳을 구하는 건 여의치 않은 일이다. 그리고 엄마와 달리 외모도 멋지고 의사라는 전문직까지 가진 엄마 친구가 멋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종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녀는 친구들이 제안한 술을 억지로 마시긴 하지만 이내 화장실로 가서 모든 걸 게워내 버린다. 어린 시절부터 오래도록 배워온 습관은 한 순간에 바꾸기 어렵다. 대학에 가서 멋지고 잘 생긴 남자가 접근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게 다 그럴 듯하게 변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문화와 정서가 다르긴 하지만 나도 지방 도시에서 서울로 상경해 대학을 다닌 기억이 떠오르며 소녀에게 공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지하던 엄마 친구는 이제 곧 파리로 떠나게 되고 낯선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서 소녀와 그리고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엄마 친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 한다. 이제 갓 이스탄불에 올라온 소녀도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그렇게나 오래 산 중년의 여성 역시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잃은 상태로 이 매력적인 도시에서 떠돌게 된다. 어찌 보면 어리다고 해서 그리고 나이가 먹었다고 해서 인생이 살기 수월한 건 아니라는 당연한 진실을 보여주는 거 같기도 하다. 

 

생각보다 잔잔한 드라마이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없기는 한데 무난하게 보기 좋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점도 좋았고 누군가는 낯설고 아름다운 이스탄불이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한 도시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큰 사건이나 막장 캐릭터가 없어서 조금 심심하긴 한데 아무 생각없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