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록스타에서 살인범으로 리뷰

OTT 보는 남자 2025. 3. 27. 19:53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추천 록스타에서 살인범으로 리뷰 후기 결말 

누아르 데지르나 베르트랑 캉타에 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공개되었을 때 유명해서 본다기 보다는 그냥 범죄 다큐멘터리 하나 본다는 생각이 강했다. 애초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룹인 데다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프랑스 유명 가수의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았으나 왜 이 사람이 제목 그대로 록스타에서 살인범으로 전락한 건지는 조금 궁금했다. 한 편당 40분 내외의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총 3부작으로 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금방 볼 수 있다. 

 

그리고 사건의 잔혹성을 제외하고 놓고 본다면 다큐멘터리 자체도 굉장히 잘 만들었고 재미도 있다. 

 

일단 다 보고 나서 사실만 이야기해 보자면. 

 

베르트랑 캉타는 누아르 데지르 라는 당시 프랑스 국민 락밴드의 리더였고 전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었다. 앨범을 내면 백만 장이 넘게 팔렸다는 걸 보면 그 당시 프랑스 현지 인기를 체감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유명한 가문의 여배우 마리와 사귀고 있었는데 리투아니아에서 둘이 같이 지내던 중 마리를 때려 죽인다. 그로 인해 리투아니아 법정에서 총 8년 형을 선고 받지만 이후 프랑스로 바로 돌아와서 4년 정도 복역하다가 모범수로 가석방된다.

 

그가 이렇게나 일찍 가석방이 된 데에는 그의 부인의 존재가 있었다.

 

사실 베르트랑은 마리와 사귀기 전 이미 아내와 자식들이 있었지만 마리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처인 크리스티나를 버리고 마리와 사랑을 나누었다. 재판에서는 모종의 거래를 마친 크리스티나가 베르트랑은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거짓 증언을 하면서 형량을 거의 절반 정도나 줄여주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크리스티나는 베르트랑의 가석방 이후 집안에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경찰은 그 당시 집에 같이 있던 남자가 애인을 때려 죽인 베르트랑이었으나 이 사건을 아무 의심없이 자살로 종결하고 제대로 된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베르트랑은 애인도 때려 죽이고 부인 역시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으나 이후 솔로로 데뷔해서 대박을 친다는 이야기인데 어떠한 악마를 주인공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도 이 정도 전개면 말도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리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프랑스에서 2000년대에 일어난 실제 사건이다. 그리고 여전히 베르트랑 캉타는 제대로 된 죗값을 받지 않고 있다. 지금은 나이가 있어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나 여전히 프랑스에서는 존경받고 사랑받는 레전드 뮤지션이다. 

 

사실 마리 살인 관련 재판에서도 초반에는 치정 범죄로 끌고 가서 형량을 낮추려고 하였으나 마리의 부검 결과를 보면 폭력의 수위가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였고 교통사고가 나도 이보다는 덜 다칠 거 같아서 리투아니아 법원도 1급 살인으로 심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부인이었던 크리스티나는 어느 정도 금전적인 이익을 받고 베르트랑이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고 리투아니아 법정에서 거짓 증언했지만 결국 그녀도 베르트랑 덕분에 죽게 되었다.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나는 베르트랑이 크리스티나의 죽음에도 어느 정도는 관여했다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관여했을 확률도 대단히 높다고 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일단 크리스티나는 스스로 죽을 사람이 절대 아니고 몇 달 전에 헝가리에 있는 부모님에게 음성 사서함으로 베르트랑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남긴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유서도 무언가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내용도 이상해서 자살로 단정짓고 수사를 종결한 경찰을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더 환장인 건 당시 프랑스 언론과 유명인들의 태도였는데 남자가 여자를 너무 사랑하면 때려서 죽일 수도 있다고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으나 모두 다 베르트랑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프랑스 정도의 선진국이면 남녀 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남성 우월주의는 병적일 정도로 모든 걸 망친다는 걸 이번에도 다시금 깨닫는다. 결국 베르트랑 덕분에 두 명의 여성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으나 베르트랑은 폼나게 컴백해서 승승장구를 이어나간다. 

 

보면서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날 지경인데 피해자의 가족들은 과연 어떠한 기분일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베르트랑도 문제이지만 결국 이런 폭력적인 남자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게 만든 건 프랑스 사회 분위기와 남자에게 우호적인 언론과 남자들을 대변하는 구린내나는 유명한 남자들 때문이다. 여성들은 이성적으로 사실을 이야기해도 여자라서 감정적이라고 욕을 먹는다. 정작 논리도 없고 사실 파악은 하려고 들지도 않는 건 바로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비난과 욕은 여성들이 먹는다. 심지어 여성들은 맞아 죽어도 주목을 받지 못 하고 그에 반해 베르트랑은 사람을 때려 죽였음에도 모두로부터 불쌍하다는 동정을 받는다. 

 

이게 무슨 18세기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고 지금 현재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이걸 남녀 갈등으로 볼 게 아니라 나는 이런 경우 단순하게 팩트만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때려 죽이고 그 이후 감옥에서 출소하여 다른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렇게 보면 잘못이 도대체 누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게다가 베르트랑의 전 연인들을 취재한 저널리스트는 그가 이전에도 굉장히 폭력적이었다는 증언을 받아내기도 하지만 언론이나 대부분의 멍청하고 편협한 남성들은 이를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으로 난리였는데 그래도 하비 와인스타인은 벌을 받고 어느 정도 죗값을 치렀다고 할 수 있는데 프랑스의 베르트랑은 오히려 대중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아직까지도 받고 있다는 게 놀랍고도 어이가 없다. 사실 뭐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처벌을 교묘하게 피해간 거까지는 뭐라고 하고 싶지 않은데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베르트랑을 저 정도로 지지하는 프랑스 국민들이 기묘하게 보일 정도다. 

 

다른 건 다 다른데 전세계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여성의 목숨은 개미보다 못 하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사람을 죽여도 용서 받고 동정까지 받는 이 현실을 믿기 힘들지만 이게 현실이라면 이 부당한 현실을 알리고 싸워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사람들이나 여기에 나와서 용기 있게 증언을 해준 여성 저널리스트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보낸다. 목숨을 걸고 진실을 이야기해야 했을 텐데 많은 비난과 욕 먹을 각오를 하시고 나온 거라 더 감탄만 나온다.

 

제발 이제는 상식과 이성이 작동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