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추천 사라진 여자들 롱아일랜드의 연쇄살인범 리뷰 후기 결말
범죄 다큐멘터리를 원래 좋아라하던 터라 사라진 여자들 롱아일랜드의 연쇄살인범도 공개되자마자 감상했다.
보면서 무언가 이야기가 낯이 익다 싶었는데 같은 감독으로 만들어진 실화 기반의 영화가 2020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영화 사라진 소녀들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다루었는데 감독도 같고 사건도 동일해서 그런지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그 영화의 잔향이 남아 있다. 다른 점이라면 최근에 범인이 잡히면서 이 범죄자의 만행이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는데 아직도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고 사건을 계속 경찰이 수사하는 만큼 롱아일랜드에서 발견된 안타까운 여성들의 억울함을 더 풀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남아 있다.
사건의 개요를 간단히 말하자면.
나름 중산층들의 많이 거주하는 롱아일랜드라는 뉴욕 근처의 섬 해변가 근처에서 여성들의 사체가 많이 발견된다. 처음에는 몸을 팔던 일을 하던 딸의 실종을 신고한 어머니로부터 시작된 일인데 어린 딸의 시체를 수색하던 도중 해변가에서 딸의 시체가 아닌 다른 여성의 시체만 4구가 발견되었고 이후 추가 수색을 통해 총 10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찾던 딸의 시체는 오래도록 나오지 않다가 여성이 실종된 장소에서 멀지 않은 늪지대에서 늦게나마 딸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실 꽤나 최근에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이라 롱아일랜드의 검사와 경찰은 이 경악할 만한 사실에 당황하고 만다. 롱아일랜드가 부촌이기도 하고 이런 사건이 전혀 없었던 지역이라 더 놀라웠는데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지역의 실권을 잡고 있는 고위 지검장 검사와 경찰서장이었다. 애초에 원래 있던 경찰서장도 피해자들이 타 지역에서 온 몸을 파는 여성들이었기에 수사와 수색을 거의 안 하다시피 했는데 새롭게 부임한 경찰서장과 지검장은 대놓고 이 사건을 무시하기에 이른다.
사람의 시체가 10건이나 발견된 사건을 이대로 방치하는 게 말이 되나 싶은데 피해자들이 다 몸을 파는 여성들이었고 롱아일랜드 출신이 아니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요구도 크지 않았다. 게다가 언론에서 연일 몸을 파는 여성들이라는 프레임으로 사건을 보도하다 보니 다들 은연 중에 저런 일을 하니 목숨을 잃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 역시 술에 취해 강에 혼자 들어가 죽은 사람도 전문직을 하게 될 대학생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애도한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매춘부는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있었고 그렇기에 롱아일랜드 길고 해변가에서 살해된 여성들의 수사는 10년이 지나도 그 어느 수사 기관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롱아일랜드의 경찰서장과 지검장의 부패가 밝혀지면서 둘 다 감옥에 들어가고 수사를 하는 고위층이 한 번 대폭 물갈이 되면서 이 사건의 수사가 늦게나마 급물살을 탄다. 그나마 후임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FBI와 적극 협력하여 이 사건의 진범을 수사해 나간다.
사실 이 사건의 진범은 그 동안 목격자들의 진술이 굉장히 많았어서 조금이라도 수사를 했다면 알 수 있었던 부분인데 새로운 경찰서장이 부임하자 마자 몇 주 만에 용의자를 특정하게 된다. 지난 10년 동안 못 한 일을 6주 만에 한 것도 놀랍지만 그 용의자가 실제 범인의 특징과 맞아 떨어졌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면서 드디어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발견되는데 범인은 다름 아닌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중산층인 거구의 백인 중년 남자였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이 남성은 가족들이 모르는 사이에 범죄를 저질렀고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이 해한 시체를 해변가나 늪지대에 유기해왔던 거였다.
범인은 아직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많은 사건 현장에서 이 사람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었고 피해자의 시체에서도 이 사람의 머리카락이 다수 발견되면서 재판에서 유죄는 무조건 받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도 이 사람이 벌였을지도 모르는 미제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경찰도 한 번에 기소하려는 건지 아직 재판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경찰 입장에서는 거의 30년 가까이 여성들을 살해한 이 괴물같은 연쇄살인범을 통해 미제 사건을 해결하면 좋겠지만 용의자 스스로 범행을 인정하는 건 아니어서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꽤나 최근에 벌어진 일임에도 이렇게까지 지속적으로 범죄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건 바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야 할 경찰이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사건의 진짜 범인들은 부패한 경찰서장과 지검장이었는지도 모른다.
권력을 휘두르며 제대로 사건을 수사하지도 않고 억울한 사람들을 잡아 넣는 모습이 꼭 우리 나라의 부패한 경찰과 검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도 마지막에 이들의 부패 행위가 적발되어 감옥 엔딩으로 끝나긴 했지만 이 사람들이 수사를 하면서 얼마나 억울한 용의자들이 있었을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제대로 수사만 초기에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텐데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안 하면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부터 목숨을 잃게 된다는 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게다가 몸을 파는 일을 하면 죽어도 마땅하다는 당시 사람들의 인식 역시 안타깝다. 그러나 뭐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를까. 예를 들어 여대생이 죽은 것과 몸을 파는 여성이 살해당한 건 사람들의 관심도부터가 다르다. 우리도 은연 중에 몸을 팔면 죽을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한다. 이게 뭐 대단히 특이한 건 아니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은 안 해도 그렇게 생각할 확률이 다분하다. 하지만 몸을 파는 여성들은 거의 다 그 일을 원해서 하지 않는다. 먹고 살 길이 없다보니 최종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일 뿐 누구도 그러한 직업을 원해서 하는 사람은 없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목숨의 무게는 다 동일하다는 당연한 진실을 다들 잊고 있는 듯하다.
늦게 나마 진범이 잡혔으니 미제 사건도 해결하고 범인도 꼭 그동안 저지른 죗값을 꼭 치르기 바란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 보면서 하나 새롭게 느낀 건 FBI가 생각보다 더 전문적이고 범 수사기구로 기능한다는 사실이다. 사건의 규모가 크거나 지역 경찰이 크게 부패한 경우 어느 정도 개입해서 사건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역 별로 보안관이나 경찰의 권력이 큰 만큼 이런 기구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조금 답답하긴 한데 굉장히 냉정한 시각으로 만들어진 범죄 다큐멘터리라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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