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왕관을 향한 질주 리뷰

OTT 보는 남자 2025. 4. 23. 08:39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포츠 다큐멘터리 추천 왕관을 향한 질주 리뷰 후기 

주말에 경마장을 가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어쩌다 보니 경마장 관련 홍보일을 잠깐 하게 되었고 관심도 없던 경마장에 자주 갔던 추억이 있다.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푼돈이라도 벌자고 홍보 일을 잠깐 하게 된 건데 이를 통해서 경마장의 분위기와 환호성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잊지 못 하고 있다. 그만큼 경마는 강렬한 스포츠 게임이자 도박이다. 사실상 홍보 활동을 하기 전에는 경마장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는데 경마장의 그 많은 사람들과 분위기는 말도 못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일단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경마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눈에 광기가 서려 있었다. 무언가 즐기러 가는 사람들보다는 뚜렷한 목적 의식이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나야 뭐 천원 이천원 걸면서 시험 삼아 해본 게 다이지만 그들의 두꺼운 지갑에서는 현금 뭉치가 나왔고 이들은 주저없이 이를 경마에 쏟아 부었다. 당시에는 말에 관한 정보가 담긴 잡지같은 것도 지하철 역 앞에서 할머니들이 나눠주고 그랬는데 사실 나는 봐도 몰랐기에 그저 운에 맡기고 돈을 걸었다. 

 

당연히 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 분위기와 열기를 느끼고 나서는 왜 사람들이 경마에 빠지는 게 이해가 가기도 했다.

 

어찌 보면 나라에서 인정한 합법적인 마약 혹은 도박인 셈인데 그러다 보니 경마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꽤 있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 물론 일부 도박은 합법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중독성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합법화시키는 데에 있어서 반대하지만 경마 산업에 얽힌 돈이 이제는 너무 많은 터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우리 나라도 그러한대 미국이나 영국은 경마에 걸린 돈이 상상 이상이다.

 

뭘해도 자본주의 끝판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바로 미국인데 그런 미국의 경마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유명한 마주와 기수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보여준다. 거의 영화처럼 연출되어 있어서 긴장감이 강렬한데 내가 경마장에 가서 느낀 흥분감과 현장 분위기를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그대로 전달하고 있어서 보면서도 충격을 받기는 했다. 이 정도로 현장감을 줄 수 있다니 누가 연출한 건지 모르지만 정말이지 탁월하다.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정말 탁월한 점은 경마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화려한 세계를 그보다 더 화려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여주다 보니 더 재미있다.

 

왜냐하면 나를 포함한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말 그대로 서민이기에 이 정도의 세계는 절대로 직접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주마 한 마리에 200억 가까이 한다는 사실도 경악스러웠다. 그리고 유명한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말 소유주와 조련사들이 애쓰는 모습도 흥미로웠는데 나도 홍보 활동하면서 어느 정도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경주마는 한 번 레이스를 하고 나면 살이 최소 25kg 정도는 무조건 빠진다고 한다. 어른 말 한 마리의 무게가 500KG 이상인 걸 생각해 보면 한 번 경기에 자기 몸무게의 5%가 날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레이스를 마친 말을 보면 몸에서 증기가 올라올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하다. 기수들 역시 몸집이 굉장히 작으신데 키가 너무 크거나 무게가 많이 나가면 당연히 달리는 말에게 부담이 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체적인 조건이 맞아야지만 전문 기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말에게 너무 부담되지는 않으면서도 말을 잘 몰아야 하기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고연봉 직종으로 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미국 경마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이들이 우승하려고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를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시리즈인데 소재가 좀 장벽이긴 하지만 누가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다. 뭐 물론 그사세라는 생각이 보면서도 들긴 하지만 원래 내가 모르는 세계를 봐야 재미있는 거 아닌가. 대한민국도 2000년대 초반까지 재벌과 결혼하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많았던 것도 재벌을 꿈꾸다기 보다는 그들의 삶이 궁금해서가 아니었나. 

 

혹시라도 호주로 여행을 간다면 주말에 경마장을 가보는 걸 추천한다. 미국이나 영국은 차가 없으면 힘들지만 호주는 대중 교통으로 갈 수 있는 경마장이 대도시마다 있어서 가보면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호주는 도박이나 경마나 접근성이 아주 좋은 나라여서 신기할 정도인데 혹시라도 여행 계획이 있다면 추천한다.

 

하지만 경마도 결국 도박의 일종이어서 너무 빠지면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