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본 드라마 내가 갓설교를 리뷰

OTT 보는 남자 2025. 4. 25. 15:31

넷플릭스 일드 일본 드라마 추천 내가 갓GOD설교를? 리뷰 후기 정보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일본은 확실히 학원물을 잘 만든다. 

 

우리 나라는 학원물이 거의 전멸하다 시피 하고 학교 배경 드라마라고는 해도 선생님이 주인공인 경우보다는 아이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거나 마약이 중심이 되는 다소 폭력적인 내용이 다라고 볼 수 있는데 일본은 선생님과 학생들의 구도로 가는 학원물이 생각보다 많은 데다가 재미있고 완성도도 높은 작품들이 종종 나온다. 내가 갓설교를?이란 작품도 2년 동안 백수 생활을 하다가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인 엄마 친구의 등쌀에 밀려 갑자기 고등학교 교사를 하게 된 시즈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기대를 전혀 안 하고 봐서인지 생각보다는 재미있어서 최근에 본 그 어느 드라마보다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일단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다. 

 

학교가 배경이다 보니 제작비도 낮고 배우들의 연기가 전형적이긴 하지만 각본이 좋다 보니 흥미롭게 볼 만한 요소가 많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이야기를 질질 끌지 않고 옴니버스 식으로 한 회차 안에서 작은 이야기 정도는 마무리해 준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1화에서는 갑자기 복귀하게 된 시즈카가 아이들의 괴롭힘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막중한 과제를 받았는데 선생님 일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시즈카가 단순히 연설을 통해서 아이들을 혼낸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고 현실성이 없긴 하지만 아이들을 꾸중하는 그 자체로는 설득력이 있었다. 

 

나도 보면서 화와 꾸중은 확실히 다르다.

 

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아이들을 가르친 적은 없고 예전에 과외같은 걸 몇 번 한 적은 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영어 유치원을 보조 교사로 일했는데 당시 알고 지내던 친구가 유럽으로 승무원 시험을 도전하러 가는데 일을 그만둘 수 없어서 부탁을 한 걸 받아서 한 일이었다. 당시 5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 10명 정도를 가르치긴 했는데 영어고 나발이고 이 아이들을 앉아 있게 만드는 거 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어른들과 별반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상상 이상으로 미성숙한 고등학생들이라면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나도 생각해 보면 자의식 과잉은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 때가 가장 심각했던 거 같기도 하다. 어느 정도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자기 객관화가 되었다고 착각하고는 했었는데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나도 한 마리의 야생마였다. 그나마 나는 주변에서 직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좀 있었기에 큰 사고를 안 치고 어른으로 넘어올 수 있었는데 누군가 말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게다가 요즘 청소년들은 주변에서 꾸짖는 사람이 거의 없는 터라 자신이 잘못된 행동이나 사고를 해도 그게 잘못되었다고 느끼기가 어려운 시대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에도 나왔지만 부모는 사춘기 자녀와 대화하는 걸 어려워한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자위한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자녀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하며 사춘기라고 해도 자녀와 대화는 끊김이 없어야 한다. 나도 생각해 보면 오히려 부모님과 사춘기 시절 깊은 대화를 가장 많이 했고 나 역시 그러한 대화를 통해서 부모님이라는 인격체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게 되었다. 

 

자녀가 사춘기라고 대화를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리니깐 모르겠지라는 건 부모의 착각이다. 나는 부모님이 나에게 솔직하게 모든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부모님에게도 입장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현실적인 일도 이해하게 되었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은 더 이상 어리지 않고 부모님이 풀어서 이야기하면 대부분 다 이해한다. 대화 없이 어림짐작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게 가장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쉽다. 시즈카 역시 아마 초반이라 아이들보다는 본인을 위해서 집단 괴롭힘이 얼마나 안 좋은지 설교를 하고 있긴 하지만 다소 막무가내로 보이는 아이들조차 팩트로 설명해주면 다 납득한다. 

 

애초에 어리다고 이해를 못 한다는 착각부터 잘못된 가정이다. 

 

재미있는 건 시즈카는 누가 봐도 교사가 하기 싫어 죽겠는 사람이라는 거다. 엄마 친구의 성화에 못이겨 교사를 시작하고 있으나 아이들이 사랑스럽지도 않고 교사 일이 재미도 없다. 그저 본인의 성격에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할 뿐인데 이게 오히려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거라는 예감이 든다. 아직 1화 밖에 공개가 되지 않은 드라마인데 생각보다 캐릭터가 흥미롭고 각본이 탄탄해서 재미있었다. 최근에 본 일본 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서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집단 괴롭힘이 흔한 시절이 아니어서 내가 속한 반에는 그런 아이들이 없긴 하였으나 아이들이 은근히 따돌리는 친구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무언가 사회성이 전혀 없어서 남들이 보기에 불편한 아이들은 반에서 한 두 명씩은 꼭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그런 아이들은 지금 시대라면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까.

 

드라마에서 나오는 내용이긴 하지만 일본도 인구가 줄어 들면서 명문 사립 학교조차 신입 학생을 유치하지 못 해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생기나 보다. 우리 나라도 지방 대학들이 무너지고 있는데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을 일본은 먼저 마주한 듯하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이 학생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가 어렵고 직업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현실적으로 학생을 우대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되는 입장이기에 교권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사실 시즈카의 이야기는 현실성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보면서 속이 다 시원하고 사이다를 몇 번이나 먹여 주어서 감탄만 나왔다. 다들 저렇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건데 드라마에서라도 주인공의 입을 통해 교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주니 들으면서도 통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현실에서 저렇게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런 카타르시스도 가능한 일이다. 

 

생각보다 재미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