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HBO 드라마 더 펭귄 리뷰

OTT 보는 남자 2025. 4. 22. 09:47

쿠플 쿠팡플레이 HBO DC 드라마 추천 더 펭귄 리뷰 후기 

로튼 토마토 전문가 지수가 높은 터라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본 드라마 더 펭귄.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런 마블이나 DC 기반 드라마는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영화는 가볍게 볼 만한데 어차피 만화 캐릭터에 깊이감을 더하는 이야기를 길게 할 수 있는지 항상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편견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만든 오리지널 마블 드라마들을 보면서 더 굳건해지게 되었다. 정말이지 하나같이 재미없는 마블 드라마들은 이런 소재의 드라마에 경기를 일으키게 만들 정도였는데 그래도 사실 더 펭귄 역시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가 극찬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속늠 셈치고 한 번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디즈니가 생각보다 일을 정말 못 한다는 걸 말이다. 워너 브라더스가 할 수 있다면 디즈니가 못할 건 무엇인가. 그런데 디즈니는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나름 극찬을 받은 드라마 데어데블 본 어게인도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가 없었다. 다음 화가 전혀 궁금하지 않으면 실패한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나에게 데어데블 본 어게인은 다음 이야기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 드라마였다. 

 

북미에서도 국내에서도 극찬 일색이지만 디즈니 플러스가 하락세인 터라 시청 시간은 역대급으로 안 나왔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래도 이제서야 디즈니도 마블 영화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드라마들을 만들어 내면서 정신을 차리고 있는데 나는 워너 브라더스가 좋은 게 DC의 세계관을 가지고 가면서도 이걸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 독립성을 인정해 준다는 사실이다. 이게 초반만 해도 디즈니와 비교가 되면서 욕을 좀 먹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워너의 전략이 더 현명했다는 생각도 든다. 

 

디즈니의 통합 전략은 잘 될 때에는 서로 시너지를 내며 올라가지만 하나라도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 같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디즈니에서 만든 마블 영화들의 박스오피스 성적만 봐도 답이 나온다. 무리하게 욕심 내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 있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더 펭귄은 굉장히 영리한 전략을 가지고 간다.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보다는 빌런에만 집중한다. 빌런에게 서사를 부여하며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애초에 제목부터가 더 펭귄이니 굳이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따로 할 필요도 없다. 

 

배트맨 이라는 세계관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배트맨이 나오지 않아도 이야기 전개에 크게 무리가 없다. 만화 캐릭터이지만 언뜻 보면 마피아 조직의 이야기같기도 하다.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한 퇴물이 은근한 전략과 영특한 머리로 자기 살 길을 찾아 나가는 독립적인 이야기로 봐도 무리가 전혀 없다. 사실상 배트맨 세계관은 바람막이 겉옷만 빌려온 수준이다. 독립적인 이야기로 봐도 매력적이고 그 세계관 안에서 봐도 흥미로운 이야기와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로 만들면 DC 영화 안 봐도 누구나 진입 가능하다. 

 

나도 사실 DC 만화를 거의 본 게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보았다. 애초에 기본이 되는 세계관을 몰라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디즈니는 완다비전을 보지 않으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이해하지 못 하게 만들었고 이걸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애초에 티비만 보던 사람은 절대로 극장을 가질 않는데 가끔 마블 영화 개봉하면 갈 뿐이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영화 안에서 완다가 빌런이 되면 이 서사를 정녕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나.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를 모두가 구독해서 볼 거라고 디즈니 임원들은 정말 생각한 걸까. 

 

HBO 드라마들을 보면 그 높은 완성도에 늘 감탄한다. 

 

제작비가 유독 많이 들어간 건가 싶지만 HBO 에서 만든 드라마들 중에서 왕좌의 게임을 제외하면 제작비가 대단히 많이 들어간 드라마는 별로 없다. 내가 보기에 제작 시스템이 걸작 드라마가 나올 수 있게끔 워너 브라더스 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걸작 드라마들이 나오고 이 드라마 더 펭귄 역시 준수한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준 걸 보면 나름의 시스템이 생각보다 착실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재미있는 건 넷플릭스는 완성도는 조금 낮을 수 있지만 재미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공개한다는 점이며 HBO는 완성도가 아주 높긴 하지만 높은 타율로 재미 역시 장담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즈니 플러스만 애매해지고 있다. 아마존 이야 쿠팡플레이처럼 가면 될 일이고 애플이나 다른 OTT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어두운 고담 시티의 펭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드라마 한 번 보시라고 하고 싶다. 연기가 좋아서 더 몰입이 되는 데다가 이야기 전개도 범죄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싫어하기 힘들 만큼 매력적이다. 나는 특히나 콜린 파렐의 연기가 좋았는데 저렇게나 힘든 분장을 하고도 연기력이 뚫고 나오는 거 보면 배우라는 사람들은 참 대단하긴 하다. 더군다나 주연으로 블랙 미러 시리즈에 나온 크리스틴 밀리오티가 나와서 더 반가웠다. 

 

사실 완전히 내 취향의 드라마는 아니어서 보다가 하차하긴 했으나 이 기회에 안 보고 넘어간 HBO 드라마들을 쿠팡플레이에서 한 번 찾아 봐야 겠다.